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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플라스틱’에 투자하는 기업들
2022-01-10 17: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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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2.01.06 06:00 수정2022.01.06 06:00

생물 유래 소재 활용해 땅속에서 자연 분해…CJ제일제당·LG화학 등 선점 나서

[스페셜 리포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빈 페트병부터 테이크아웃 커피 컵, 배달 음식통까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 악화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배달과 포장이 많아지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도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양은 연간 4억4000톤으로 추정된다. 흔히 플라스틱이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 썩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500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각종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량과 소비량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과 음식 포장 및 배달의 증가로 플라스틱의 양이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1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한국의 폐플라스틱 배출량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14.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의 노력이 무색하게 플라스틱의 양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배출된 플라스틱 중 단 13%만이 재활용된다.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두 방법 모두 환경적으로는 ‘옳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플라스틱의 올바른 처리 방법을 찾는 것은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CJ제일제당의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사진=CJ제일제당)

바다에서도 녹는 플라스틱의 등장소각이나 매립이 환경에 해가 된다면 플라스틱의 처리 방법은 두 가지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재활용하거나 애초부터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동안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이에 따라 자연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최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이 향후 5년 내 3조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럽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규제가 늘고 있고 환경 보호가 곧 인류의 건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의 진화로 재활용 비닐로 시작된 생분해 소재가 빨대·페트병·포장재·섬유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한 글로벌 기업들도 생분해 플라스틱을 적극 사용 중이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전체 페트병의 50%를 친환경 원료로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나이키도 친환경 재생 소재로 만든 운동화를 출시하는 등 수백조원에 이르는 1회용·범용 플라스틱 시장이 친환경 소재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을 집약해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최근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으로 주목받는 기업은 CJ제일제당이다. 한국만 해도 석유와 화학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 시장에서 식품 기업인 CJ제일제당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CJ제일제당은 자사의 식품을 포장할 때 쓰는 플라스틱 제품을 교체하기 위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더 큰 시장을 보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의 생산을 통해 궁극적으로 ‘화이트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에 투자하는 기업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 등 생물 자원을 원료로 산업용 소재 또는 바이오 원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산업을 뜻한다. 석유 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사업 분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이 화이트 바이오 사업의 주력 제품이 CJ제일제당이 개발한 100% 해양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PHA’다. PHA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소재다. PHA에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아 놓는 고분자 물질로, 토양과 해양을 비롯한 모든 환경에서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인 PLA가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만 분해되는 반면 PHA는 바닷물 속에서도 100% 생분해되는 세계 유일의 소재다.

생분해 소재 중에서 유일하게 해양에서 생분해가 가능하고 다양한 용도에 적용할 수 있는 PHA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미국 대니머, 일본 카네카 등 전 세계에서 오직 극소수의 기업만이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말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있는 바이오 공장에 PHA 전용 생산 라인을 신설하고 연간 5000톤 규모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 공장의 주력 품목인 아미노선과 PHA 생산에는 미생물 발효 기술이 공통적으로 사용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본격적인 생산 전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초기 양산 물량을 뛰어넘는 5000톤 이상을 선주문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함께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해양 생분해가 가능하고 기존 소재의 단점을 극복한 CJ제일제당의 PHA에 대한 높은 수요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에 투자하는 기업들

화학부터 소재 기업까지 뛰어든 생분해 시장

SK지오센트릭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PBAT' 시장 진출과 선점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SK지오센트릭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PBAT' 시장 진출과 선점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석유 화학과 소재 기업들도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데 뛰어들고 있다. 특히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만큼 기업들은 기술 협력을 통해 향후 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21년 12월 22일 손잡고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개 ‘PBAT’를 상업 출시한다고 밝혔다.

PBAT(Polybuthylene Adipate-co-Terephthalate)는 자연에서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다. SK지오센트릭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1년부터 PBAT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왔다. 그결과 2021년 4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시제품 생산과 ‘환경 표지 인증(EL724&)’을 획득하고 8개월 만에 상용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SK지오센트릭은 PBAT의 원료를 공급하고 보유한 마케팅 역량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판매처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 SK지오센트릭은 PBAT의 주요 원료이자 각종 섬유·플라스틱·전자 화학 물질 제조에 사용되는 1, 4-부탄디올(1, 4-Butanediol)을 한국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한국 최고 수준의 폴리에스터계 제품 생산 기술을 가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SK지오센트릭에서 제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최적의 온도와 소재 혼합 비율 등 양 사의 기술력을 접목한 고품질의 PBAT를 구미 공장에서 생산한다.

일반 플라스틱 제품이 자연 분해되는 데 100년 가까이 소요되는 반면 PBAT는 매립 시 6개월 이내 90% 이상 분해되는 높은 친환경성을 가진 플라스틱 소재다. 빠른 분해 속도와 유연성으로 각종 일회용 봉투, 농업용 멀칭 비닐(토양의 온도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업용 비닐) 등에 활용된다. 특히 단단한 성질을 가진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인 PLA나 전분 등 다른 소재와 결합 시 기존 플라스틱 필름과 유사한 강도를 가지게 되고 인쇄성과 가공성이 높아 패키징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여기에 PBAT는 자연 토양에서 퇴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거에 어려움을 겪는 기존 농업용 필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PBAT 구미 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 3000톤 규모다.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생분해성 제품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업계는 글로벌 PBAT 시장 규모가 2020년 22만 톤에서 2025년 80만 톤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지오센트릭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2024년까지 연간 6만 톤 규모로 생산 능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화학은 2020년 10월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과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100%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LG화학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재로, 합성 수지와 동등하게 투명하면서도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 더해 LG화학은 한국 기업들 중에서는 최초로 미국에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LG화학은 2021년 9월 글로벌 곡물 가공 기업 미국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와 손잡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 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시카고 ADM 본사에서 후안 루시아노 AMD 최고경영자(CEO)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HOA)를 체결했다. 양 사는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연 7만5000톤의 PLA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운다.

PLA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글루코오스(포도당)를 발효·정제해 가공한 ‘젖산(LA)’을 원료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100% 바이오 원료로 생산돼 식품 포장 용기나 식기류 등에 사용된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PLA 공장을 세우는 것은 최초다. 2022년 1분기(1∼3월) 중 공장 부지를 선정해 이르면 2023년 착공할 계획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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